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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혜 | 모차르트의 짓궂은 유머 즐겨보세요
작성일 : 17-04-25 16:08
조회 : 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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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18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두 젊은 귀족 장교가 자기 약혼녀들의 정절을 두고 나이 든 철학자 친구와 내기하는 이야기다. 유럽 왕실과 귀족의 한계를 모르는 방종과 향락주의가 평민들의 삶에까지 스며들었던 18세기 절대왕정기 ‘색(色)의 시대’, 그리고 부르주아 및 청교도 윤리가 공고해진 19세기 ‘부르주아 시대’의 경계에 놓인 이 작품은 1790년 초연 당시 “부도덕하고 외설적”이라는 비난을 무더기로 받아야 했다. 19세기에 들어서면 로렌초 다 폰테가 쓴 대본이 지나치게 대담하다는 이유로 모차르트 음악은 그대로 둔 채 대본만 바꿔 공연하기도 했다. 예술작품에 납득할 수 없는 폭력이 가해진 셈이다.

논란이 치열했던 이 오페라가 ‘여자는 다 그래’라는 제목으로 28일 오후 롯데콘서트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된다. 고음악 분야의 세계적인 거장이며 모차르트 오페라 최고의 해석자로 클래시컬 그래미상을 비롯해 수많은 음반상을 수상한 벨기에의 지휘자 르네 야콥스(70)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및 현지 성악가들과 함께 내한한다. 특히 오래전부터 야콥스와 꾸준히 작업해 온 소프라노 임선혜(41)가 세 여주인공 중 하녀 데스피나 역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은다. 국내 공연을 위해 지난달 말 잠시 내한한 임선혜를 만나고, 파리의 르네 야콥스를 다시 전화로 만났다.



야콥스와 통화한 17일은 그가 ‘마태수난곡’ 세계 투어를 마치고 파리 자택으로 돌아간 다음날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긴 여정의 피로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코지 판 투테’ 연주만큼이나 활력이 넘치는 그는 “모든 오페라 가운데 ‘코지’를 가장 사랑한다”고 했다.

모차르트 오페라 최고의 해석자 르네 야콥스. ⓒMolina Visuals

“열 살 때쯤 어머니를 따라 오페라를 처음 보러 갔는데 어머니께 ‘오페라는 다신 보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실망했죠. 그런데 어느 날 ‘코지’를 카라얀인가 뵘의 음반으로 들었는데, 하모니가 말할 수 없이 좋더군요. 오페라의 역사적 배경이나 대본의 내용은 잘 몰랐지만 음악이 너무나 맘에 스며들었던 거죠. 그래서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까지 다 들어보게 됐고, 어머니께 다시 오페라 극장에 데려가 달라고 했어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처럼 유머감각이 뛰어난 작곡가들을 특별히 좋아합니다.”

‘코지 판 투테’에 반해 오페라 입문 … 고음악 거장으로

어릴 때부터 보이소프라노로 활동했던 그는 자신이 팔세토(가성)를 구사하는 카운터테너라는 사실을 깨닫고 영국의 카운터테너 1세대인 알프레드 델러를 찾아가 발성부터 제대로 배웠다. “스승 델러를 따라 영국 가곡들로 시작했지만, 차츰 카운터테너로 바로크오페라 공연에 참여하면서 몬테베르디, 카발리, 헨델 같은 작곡가의 작품을 노래하며 이탈리아어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이때 ‘코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자 대본의 시적인 언어가 정말 좋아졌지요. 아리아 텍스트뿐만 아니라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형식)도 모두 한 편의 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내용뿐 아니라 시의 형식미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성악가들에게 텍스트 이해도 음악 이해만큼이나 중요하고, 레치타티보를 잘 부르는 것도 아리아를 잘 부르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코지’에서 독창 아리아보다 앙상블(중창)의 비중이 커진 것은 대본가가 아닌 모차르트의 아이디어였다. “모차르트의 서신들을 보면, 그는 다 폰테를 만나기 몇 년 전에 다른 대본 작가에게 등장인물 6명이 나오는 오페라 대본을 부탁했죠. 콜로라투라 테크닉을 지닌 오페라 세리아(정극) 가수 두 명, 배우로서의 연기력이 탁월한 오페라 부파(희극) 가수 두 명,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그 양쪽의 특성들을 고루 지닌 가수들입니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이 세 카테고리의 음악 모두를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작곡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고, 다 폰테를 만나 6명이 등장하는 중창 중심의 ‘코지’를 만들게 된 거죠.”

2012년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신년음악회

“선혜는 탁월한 무대 감각과 깊은 영성 동시에 지녀”

“선혜는 부파와 세리아 모두에서 역할 분석력이 탁월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절묘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특별한 영성을 지닌 가수여서 ‘마태수난곡’ 같은 교회음악에서도 청중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모차르트 오페라 '가짜 정원사'(2010)에서 하녀 세르페타 역 임선혜 제공

야콥스의 찬사에 임선혜는 “야콥스도 음악과 가수들의 영성을 꿰뚫어보는 아주 특별한 지휘자”라고 화답했다. “지휘자가 저 같은 동양인 가수를 포함시키면 극장이나 음반사에서 탐탁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야콥스는 그런 문제를 전혀 의식하시지 않죠. 어느 날 ‘마태수난곡’의 소프라노 아리아 ‘사랑으로(Aus Liebe)’를 즉석에서 반주하며 불러보라고 하시더니 바로 캐스팅을 결정하셨어요.”

하지만 야콥스와 너무 오래 함께 하다보면 다른 지휘자들과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다른 고음악의 거장 윌리엄 크리스티 같은 경우에는 임선혜가 자신과 함께 작업할 시간이 없다는 점에 서운해하기도 했다. 그래도 올 초에는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고음악의 대가 파비오 비욘디가 이끈 헨델의 ‘루치오 코르넬리오 실라’ 공연에 실라의 부인 메텔라 역으로 함께 했다. 바로크오페라계의 스타 가수인 소냐 프리나, 비비카 주노 등이 함께 참여한 눈부신 공연이었다. “비욘디는 과감하게 틀을 깨는 혁신적 지휘자죠. 그가 ‘나를 위해서도 시간 좀 비워달라’고 해요. 디에고 파솔리스와의 작업도 의미 있었어요. 하지만 야콥스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지휘자들과는 앞으로도 함께 할 기회가 많으니까요.”

이미 프라이부르크·쾰른·바르셀로나에서 공연했고 서울과 상하이 공연을 남겨두고 있는 이번 ‘코지’ 투어는 콘서트 형식이긴 하지만 가수들이 콘서트 드레스 차림으로 보면대 앞에 서서 노래하는 형식이 아니라 배역에 맞는 의상과 연기가 가미된 세미스테이지 형식이다. “연출가가 따로 없지만, 야콥스가 가수들과 함께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 아주 재미있게 연출했습니다. 가수들도 각자 연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하니까 텍스트를 더 열심히 탐구했죠. 무대 위에서는 가수들이 사랑을 노래하지만 오케스트라는 이를 조롱하고 비웃어요. 오케스트라가 마치 등장인물 같은 연극적인 기능을 보여주는 거죠. 콘서트 버전이지만, 관객이 느끼는 극적 효과는 오페라극장 공연과 별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다 폰테가 보여주는 유머의 섬세한 디테일을 다 살릴 수 있습니다.”



임선혜가 고음악에 데뷔한 지 올해로 19년. 오늘은 파리, 내일은 베를린, 모레는 바르셀로나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최고의 바로크 가수로서의 삶은 화려하기도 하지만 외롭기도 하다. “제 마음과 정신이 온전한지 스스로 자주 점검해봐요.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런 마음의 준비와 훈련이 안 된 상태에서 ‘무조건 콩쿠르 1등’이라는 강박적인 성공 목표를 가지고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벽에 부딪히죠.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고요. 동양에서 온 성악가들을 흉내만 내는 앵무새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편견을 극복하려면 오페라 작품이 탄생한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

글 이용숙 음악평론가 rosina@chol.com,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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